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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 실천의 출발점은 자기 존중

글. 서은경 심리상담사

‘존중(尊重)’은 ‘높을 존’, ‘귀중할 중’이 합쳐진 한자어입니다. ‘높여 매우 중요하게 대한다.’라는 의미지요. 누군가 당신에게 “존중의 뜻을 아십니까?”라고 물으면 1초의 망설임 없이 “네, 압니다.”라고 답할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당신은 존중을 실천하였습니까?” 혹은 “당신은 존중받는 하루였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어떤 답을 할까요?

존중을 실천하는 삶의 출발, 자기 존중

저는 질문합니다. “○○ 님은 자기 자신을 예의를 갖추어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하고 계시는지요?” 존중을 실천하는 삶의 출발점은 ‘자기 존중’입니다. ‘자기 존중’이 어려운 사람일수록 타인들이 자신을 존중해줬으면 하는 마음에 더 매달릴 수 있고, 존중받지 못했다고 느끼게 되면 부정적인 감정도 더 크게 경험합니다. 타인을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어 대해야 한다는 교육은 참으로 많이 받았으나, 자기 자신에게 예의를 갖추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는 말은 낯설게 다가오나 봅니다. 이 낯섦은 ‘타인을 존중하고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겸손의 미덕’을 강조하는 한국문화이기 때문일까요? 그래서인지 질문을 받은 분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잘 모르겠다.”, “자신을 높이고 귀하다고 말하면 오히려 부적절하게 보이지 않을까요?”라고 답할 때가 많습니다.

두 번째 질문을 합니다. “○○ 님은 자기를 내세우는 태도와 자기 존중의 태도를 구별하고 있는지요?” ‘자기 존중’의 태도는 생각보다 간결합니다. ‘있는 것을 있다고, 넘치게 있는 것도 있다고 그리고 부족한 것도 있다고, 많이 보완해야 할 것도 있다’라고 인정하는 태도와 행동입니다. ‘있는 것을 있다’라고 할 때는 내세워 자랑하는 마음을 비우고, ‘부족한 것이 있다’라고 할 때는 부끄러워 감추려는 마음을 비웁니다. 능력이 좋든 타고난 운이 좋던 각자에게 있는 것을 감사히 생각하고 유용하게 활용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자기 존중’의 미덕입니다. 그리고 부족하거나 상대적으로 덜 발달 된 부분은 인정하고 채우고 보완하려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이 또 하나의 ‘자기 존중’의 미덕입니다.

자기 존중 실천하는 삶

‘내가 못나서, 부족해서 존중받지 못한다.’라고 자책하는 분은 자신의 부족하고 보완해야 하는 부분만 크게 확대해서 바라보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기를 바랍니다. 이미 가지고 사용하고 있는 온전하고 좋은 신체적·심리적·환경적 자원을 축소해서 바라보거나 당연한 것으로 보는 것은 자신에 대한 예의 없는 태도와 행동입니다. 오늘 하루만 생각해봐도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과 조화롭게 지내기 위해, 그리고 궁극적으로 각자 자신이 좀 더 만족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고 결정하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생각하고 느끼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과정에는 각자 가지고 있는 자원이 사용됩니다. 생각할 때는 정보를 수집하고 이해하고 분석하는 지적역량이 활용되어야 합니다. 좋은지 싫은지, 편한지 불편한지, 원하는지 원치 않는지 등을 느낄 때는 감응능력이 작동되어야 합니다. 결정할 때는 사고력과 직관력을 통합적으로 적용해야 합니다. 행동으로 옮길 때는 가동할 수 있는 신체적 역량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찰나’에 이루어질 때가 많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살펴보지 못하고 무심히 그냥 되는 걸로 치부할 때가 많습니다. 그냥 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자세히 살펴보면, 자신의 많은 내적 자원이 부지런히 협업하여 이루어짐을 깨닫고 감사하게 됩니다.

‘있는 자원’을 발굴하여 활용할 수 있는 ‘자기 존중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부족한 부분 때문에 스스로 비난하고 혐오하고 수치스럽게 여기거나 타인의 시선을 염려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자기 존중을 실천하고 있기를 바라봅니다.

서은경 상담사는 25년 차 상담심리전문가이며, 현재 한국상담심리학회 부학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심리상담과 교육 현장에서 재양육적인 상담과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와 역서로는 《공감 그 이상을 추구하며》, 《상담과 심리치료 과정》, 《사례개념화 및 목표·전략 워크북》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