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개발원 Korea Disabled people's Development Institute

구독신청

참좋은

별책부록

‘마음’ 먼저 나누기

글. 조은영(경기도 안산시)

5월의 대학 캠퍼스는 푸르르다 못해 눈이 부시다. 봄기운이 완연한 날씨도 그렇지만 에너지 넘치는 학생들의 모습 자체로 캠퍼스는 활기가 넘친다. 코로나가 끝나고 전면 대면 수업이 시작된 지 두 달이 지났다. 올해는 코로나로 2년 동안 멈췄던 체육대회도 열렸고, 동아리 발표회도 캠퍼스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출근하는 길에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학생들을 만나면 괜히 기분이 좋다.

나는 대학에서 십 년 넘게 교육 행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올해는 2년에 한 번 실시되는 장애 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 평가를 진행하는 연도다. ‘평가’는 대학이 장애 학생들에게 얼마나 많은 복지를 제공하고, 학생을 위한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분야별로 점검하게 되어 있다. 수많은 문항에 답을 하다 보면 실제로 장애 학생을 위해 했던 일인가 싶은 일도 더러 있었다. 무엇보다 내 눈으로 학생들을 마주했던 적이 얼마나 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수업이 전면 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이동이 쉽지 않은 학생 중 몇몇이 코로나 때처럼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게 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규모가 작은 대학이라 장애 학생들의 수가 적기도 했지만, 행정 전반을 고려하다 보면 그 학생들만을 위한 맞춤형 지원이 쉽지 않기도 했다.

몇 해 전, 담당 선생님 대신 장애 학생 교육지원을 나간 적이 있다. 학교 정문에서 강의실까지 혼자 이동이 힘든 학생과 강의실까지 함께했다. 혼자 걸을 땐 5분이면 충분했을 거리다. 학생 옆에서 짐을 들어주고, 한 걸음 한 걸음 동행하는 길에 캠퍼스가 장애 학생들에게 얼마나 공포의 공간인지 경험했다. 보도의 턱, 굴러다니는 돌, 안전바 없는 계단. 물론 지금은 환경이 많이 개선되어 도로가 정비되고 점자 안내판이 생겼다. 또한 보도 턱을 없애 휠체어가 쉽게 지나갈 수 있도록 개선되었지만, 그게 얼마만큼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었다. 학생들의 마음을 먼저 살핀 일인지는 더더욱 모르겠다.

우리가 종종 착각하는 건 아니었을까. 장애 학생들을 위한 제도를 잘 갖추고, 제도에 어긋나지 않게 행정을 처리하고, 문서화할 수 있다면 최대한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하는 거라고 말이다. 그건 어쩌면 당연한 거다. 불편한 시설을 고치는 일이, 제공되어야 할 서비스를 적절하게 제공하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 이전에 그들과 눈을 맞추고, 그들이 필요한 것을 듣고, 진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건, 제도가 아니라 존중이라는 것을.

이 글을 쓰면서 개강 이후 활기가 넘치는 대학 캠퍼스를 다시 떠올려 봤다. 어쩌면 그 사이에서 여전히 웃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사실은, 누구보다 내가 먼저 변하고 싶다. 내가 착각했을지도 모를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 제도를 갖추는 일을 먼저 생각할 게 아니라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눈을 맞추고, 다정한 말 한마디를 먼저 건네고, ‘마음’을 나누고 싶다. 푸르른 캠퍼스에서 그들과 함께 즐겁게 걷고 싶다.

* ‌조은영 님은 지인 소개로 <디딤돌>을 접하게 되었답니다.
<디딤돌>을 보고 교내 장애 학생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는 후기와 함께 원고를 보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희망을 나눠 주세요!

‘별책부록’은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꾸며집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과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매 호 제시되는 주제에 어울리는 글과 사진을 보내주시면 선정 후 <디딤돌> 다음 호에 게재, 소정의 고료를 드립니다.

* ‌원고와 사진은 타 매체에 게재된 적이 없어야 합니다. 중복 게재 사실이 확인될 경우 선정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 ‌원고를 보내실 때는 <디딤돌>을 구독하신 기간이나 접하게 된 경위를 함께 적어 주세요.

(예. 1년 이내, 3년 이상 등)

주제

다음 호의 주제는 ‘변화를 보다 더’입니다. 존중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기다립니다.

분량

원고 A4 1매 이내(글자크기 10, 줄 간격 160) / 사진 1매당 3MB 이상

마감

8월 12일(토)

보내실 곳

<디딤돌> 편집실 이메일 (2023bandico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