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개발원 Korea Disabled people's Development Institute

구독신청
한국장애인개발원 Korea Disabled people's Development Institute

기사

섹션과 코너

참좋은

생각의 발견

제목 작성자 전문

사회가 만드는 차별, 시선에서 비롯된다

글.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칼럼니스트

본문

일부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ENA(이엔에이)에서 방영되어 무려 17.5%(닐슨 코리아)의 기록적인 시청률을 낸 드라마다. 넷플릭스로도 방영되어 국내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는데, 거기에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글로벌 공감대가 작용했다. 이 드라마는 자폐스펙트럼을 가졌지만,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인 우영우(박은빈)가 변호사가 되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을 변론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그 사회적 약자에는 장애인은 물론이고 여성, 어린이, 노인, 성 소수자, 중소기업인 심지어 최근 소멸 위기로까지 내몰리고 있는 소외지역까지가 포함됐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세워 던지는 문제의식이 실제 대중들의 인식 개선에 효과적이었던 건, 이 문제를 장애인만의 문제로만 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우리 사회가 가진 사회적 약자들을 보는 비뚤어진 시선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관점이 그것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자연스럽게 장애인을 그저 타자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시킨다.

사회적 약자라는 관점은 어떻게 사회가 이들을 소외시키고 있는가를 공감하게 만든다. 즉 사회가 정해놓은 어떤 중심적인 틀은 그 주변을 소외시킨다. 여성이 약자가 되어 차별받는 건 그 사회가 남성을 중심으로 세워서이고, 어린이가 차별받는 건 어른을 중심으로 세워서이다. 마찬가지로 노인이 차별받는 건 청년(노동력이 있는)을 중심으로 세워서이며, 성 소수자가 차별받는 건 양성 관점의 성 인식 때문이다. 나아가 중소기업인이 차별받는 건 대기업 중심이 만든 것이고, 지역이 소멸 위기에 처한 건 도시 중심의 사고방식 때문이다. 그렇다면 장애인이 차별받는 건? 이른바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편견이 만든 차별이다. 사회적 약자는 바로 이 사회가 만든 편견에 의해 중심과 주변을 나누는 지점에서 생겨난다.

모두에게 필요한 돌봄

하지만 최근 화두가 되는 ‘돌봄’의 관점으로 장애를 보면, 돌봄의 대상은 장애인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라는 걸 알 수 있다. 태어날 때 또는 임종에 이르러 우리는 누군가의 돌봄을 요구하는 존재가 된다. 그러니 장애라는 것은 우리와는 동떨어진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 겪었고 또 겪어야 할 일이다. 장애를 차별한다는 건 언젠가는 자신에게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일을 자초하는 일이 된다. 사회가 약자를 만들어 내는 건, 주로 생산성 관점으로 사람을 바라보던 시대의 산물이다. 사람을 하나의 노동력으로 보고 생산성이 있는가 아닌가에 따라 평가하고 차별했던 것이다. 그래서 생산성이 없는 이들을 사회적 약자로 만들어, 아예 사회에 존재하지 않는 이들처럼 치부해 왔다. 그래서 이들을 돌보는 건 국가나 사회가 아니라 오롯이 가족의 몫이었다. 그것도 주로 엄마들의.

장애, 우리 모두 마주할 미래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중 ‘영옥과 영희’ 에피소드에 다운증후군을 가진 배우 정은혜 작가가 영옥(한지민)의 언니 영희로 직접 출연한 건 그래서 이처럼 없는 존재로 치부하던 사회적 약자의 관점으로 보면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건 마치 다운증후군 배우로 나선 정은혜 작가가 자신이 분명 존재하고 또 장애가 있어도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기 때문이다. 또한 이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영희를 돌봐야 하는 영옥이 홀로 지어온 짐에 대한 이야기는 어째서 국가나 사회가 돌봄을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사회적 약자와 돌봄의 관점으로 보면, 장애는 더 이상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언젠가 마주할 일들이다. 세상의 다른 사회적 약자들과 손잡고 함께 걸어 나가며, 사회의 여러 시선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인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MBC 시청자 평가원, JTBC 시청자 위원으로 활동했다. 백상 예술대상, 대한민국 예술상 심사위원이며 SBS ‘열린TV 시청자 세상’, KBS ‘연예가중계’ 등 다양한 방송에 출연했다. 저서로 《다큐처럼 일하고 예능처럼 신나게》, 《웃기는 레볼루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