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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들을 수’ 있도록

글. 이의영(경기도 고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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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1학년 여름이었다. 방학 때 캠프에 갔다. 아침에 모닝콜을 끄려고 손을 뻗었는데, 그대로 기숙사 2층 침대에서 떨어져 머리를 부딪쳤다. 전날 오후 캠프에 도착해 평소보다 높은 곳에서 자던 걸 잊었다. 겨우 몸을 일으켰는데 눈앞이 캄캄했다. 아무리 눈을 떠도 앞이 보이지 않았다. 눈꺼풀을 최대한 위로 올렸는데도 세상이 검은색이라는 것이 몹시 기이했다.
눈을 아무리 비벼도 앞이 보이지 않아 점점 두렵고 무서워졌다. 한쪽 손으로 기숙사 복도 벽을 짚으며 공용 샤워실로 천천히 걸어갔다. 물로 씻으면 보일까 싶어 손으로 더듬어 수도꼭지를 찾다가, 갑자기 눈앞이 환해졌다. 시신경에 잠시 충격이 갔던 게 아닌가 싶다. 15분도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고,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내가 대학교 때부터 눈이 계속 보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화면낭독 기능을 매일 사용했을 거다. 대부분 핸드폰에는 글자를 소리로 변환하는 화면낭독 기능이 있다. 그런데 글이 아닌 이미지라면? 이미지 내용을 설명하는 ‘대체 텍스트’가 없다면 ‘들을 수’ 없다. 만약 전염병 또는 재난 관련 정보가 이미지로만 제공되면, 같은 감각을 공유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정보의 접근이 제한될 수 있다.
얼마 전 책을 읽고 SNS에 감상과 책을 찍은 사진을 함께 올렸다. 사진 아래에 다음 설명을 달았다. <회색 천 위에 책이 오른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다. 책 표지 위쪽 절반은 꽃밭 그림이 들어가 있다. 책 표지 아래쪽 절반은 흰색이고, ‘세계문학전집’과 책 제목 ‘○’가 쓰여 있다. 책 표지 왼쪽 아래에는 출판사 이름인 ○○○가 있다. 책 오른쪽에 노란색 꽃이 놓여 있다.>
SNS에 대체 텍스트를 입력하는 기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다음부터 대체 텍스트를 붙이고 있다. 시력이 나쁘거나, 시각 장애가 있는 사람도 설명을 읽고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었으면 해서다. 직접 찍은 사진의 경우, 대체 텍스트를 입력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전체 구도를 알려주고 개별적인 물체의 형태로 넘어가는 것도, 사진 안에 물체가 놓인 위치를 설명하기도 상당히 어렵다.
예를 들어, ‘오른쪽 위에서 3분의 1 정도 내려온 지점’이라는 말로 어디쯤일지 짐작할 수 있을까? 인물은 표정과 옷의 모양 등 설명할 것이 훨씬 많아지는데, 어느 선까지 언급하면 좋을지 감을 잡지 못했다. 자세하게 쓰려면 하나의 사진으로 한 페이지 가득 설명을 쓸 수도 있을 테다. 그래도 계속 노력하다 보면 적절한 분량으로 과하지 않게 쓸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내 SNS를 방문한 사람들이 대체 텍스트에 대해 궁금해하면 좋겠다. 나아가 함께 대체 텍스트를 붙이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 사용할 수 있는 감각의 종류가 다르다면, 감각끼리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리기를 바란다. 시각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청각으로 바꾸어 느낄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작은 변화가 계속 이어질 때, 우리의 감각은 다르기에 더욱 풍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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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1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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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돌> 편집실 이메일 (2023bandico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