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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으로 빚은 도자기, 희망을 굽다

하나장애인직업재활시설

글. 박성혜 + 사진. 김정호

입동을 앞두고 계절의 변화는 매서웠다. 따뜻할 것으로 생각했던 부산에도 겨울을 예고하는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바닷바람이라 그런지 더 춥게만 느껴진다. 이런 추위를 사르르 녹여주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부산 남구 용호동에 있는 하나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다. 도자기를 만들고 굽는 온기가 찬 바람에 언 몸을 스르르 녹인다. 이곳에서 직접 만든 찻잔에 담아낸 우엉차를 앞에 두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본문

하나직업시설사람들

하나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하 하나직업시설)은 천주교 부산교구의 사회복지법인 로사리오 카리타스에서 운영한다. 이곳은 처음부터 장애인직업재활시설로 출발한 것은 아니다. 당시 사회복지법인 로사리오 카리타스에서 운영하던 복지관 내 발달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발달장애인의 소근육 발달 및 운동 향상을 위해 흙을 만지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 시작한 일이 이후 직업재활시설 ‘하나공방’이 되었고 2013년 현재 시설명으로 변경, 발전되었다.
하나직업시설은 19명의 발달장애인이 도자기를 생산·판매·체험하며 임가공 작업을 병행한다. 임가공의 경우 쇼핑백 작업을 10여 년가량 지속하고 있으며 DM 작업 라벨링, 콘센트 조립 작업도 하고 있다.

농약 희석한 것을 드론에 달린 통에 주입하는 과정
풍향계로 바람의 방향을 확인하는 과정

하나장애인직업재활시설 신제품 미니 화병(왼쪽)과 도자기 상패(오른쪽)

도자기 제작, 행사 참여로 장애인식개선 앞장

도자기는 공정 과정이 여러 단계로 나뉜다. 장애인 근로자가 어떤 공정에 어떻게 배치되는지 궁금했다. 제작하는 작품마다 공정 과정이 모두 달라 조금씩 변화가 생기지만, 과정마다 집중과 열정을 담아내며, 장애인 근로자들의 손길을 더해간다. 흙을 반죽 교반 하여 점토를 만드는 ‘토련’, 물레 또는 석고틀을 활용해 형태를 만드는 ‘성형’, 성형된 기물에 안료로 색칠하는 ‘채색’, ‘건조’, 건조된 기물을 1차 소성하는 ‘초벌’, 초벌기에 유약을 바르는 ‘시유’, 시유 된 초벌기를 고온에 2차 소성하는 ‘재벌’, ‘다듬질’, ‘포장’ 전 과정에 장애인 근로자들이 배치되어 다채롭고 예술성 가득 담긴 ‘하나’의 도자기가 완성된다.

하나직업시설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도자기 제품은 상패이다. 도자기 상패는 공공기관에서 주문이 많고 영화제에서도 사용한다. ‘도자기로 만든 상패는 무겁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직접 들어보니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볍다. 한 영화제의 경우 전용 디자인을 만들어 수년째 하나직업시설에서 상패를 제작하고 있다. 도자기로 만든 상패가 수상의 품위를 더 높인다. 이뿐만 아니라 머그컵, 꽃병, 칫솔꽂이 등 다양한 형태의 자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중증장애인생산품 인터넷 쇼핑몰인 ‘꿈드래’를 통해 공공기관의 주문이 발생하지만, 이들의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역사회 내 각종 축제와 행사에 참여해 체험행사 부스 운영·전시·판매 등을 진행하며 도자기 생산품을 홍보한다. 외부 행사를 통해 중증장애인생산품에 대한 인식 개선, 사회적 장애인식개선에도 힘쓴다. 행사를 주관하는 곳에서 먼저 참여 요청하는 연락이 많아질 정도로 인기가 많다. 유치원, 구청 등으로 일일 도자기 체험 출장도 나간다. 이럴 때 항상 장애인 근로자들도 현장에 함께 나가 체험 교사로 활동한다. 도자기 생산 및 판매관리를 담당하는 강은영 복지사는 “중증장애인생산품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장애인 취향과 특성을 반영한 도자기 디자인을 개발하고 장애인 능력과 잠재력을 보여줄 수 있는 도자기 작품을 제작하려 노력합니다. 또한 중증장애인생산품의 이야기와 가치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SNS를 활용해 홍보하고 있습니다. 도자기를 찾는 수요가 많이 줄어들어 판매채널과 네트워크 확대를 위해 힘쓴답니다.”라고 덧붙였다.

장애인 근로자가 도자기 제작 과정 중 ‘슬립 캐스팅’ 작업을 하고 있다.

장애인 근로자가 도자기 제작 과정 중 ‘슬립 캐스팅’ 작업을 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장애인 근로자

도예 교실도 운영한다. 도자기에 관심 있는 지역 주민의 경우 회당 참여비를 내고 생활도자기 제작이 가능하다. 도예 교실의 경우 몇 년째 지속해서 참여하는 그룹이 있을 정도이다. 이런 환경이 자연스러운 장애인식개선으로 연결된다.
지역사회 내에서 다양한 연계 지원도 이뤄진다. 눈여겨 볼만한 것은 지역 내 대학과의 프로그램이다. 고신대학교와 직업재활 업무 협약을 맺었고, 부경대학교로부터는 작업에 도움이 되는 3D 디자인과 3D 프린트 결과물을 지원받은 바 있다. 부산교구 내 성당 봉사자와 함께하는 등반도 코로나 시기 중단되었다가 올 상반기부터 재개되었는데 장애인 근로자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외부 공모사업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장애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스피치교실, 난타교실(국악), 힐링 나들이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건강하고 다양한 관계 형성을 통해 장애인 근로자들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성장해 간다.
권도형 시설장은 “‘중증장애인생산품이라고 해서 부족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편견을 깨기 위해 아무리 작은 제품이라도 시간과 노력을 들여 최고의 완성도를 만들기 위해 힘씁니다. 제품에 대한 이용자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며, 특히 맞춤형 제품은 주문 당사자 또는 기관 및 단체와 최대한 함께 고민하고 소통해서 생산하고 있습니다.”라며 “지역사회 내 행사에서 만난 시민들이 제품 칭찬을 많이 합니다. 최근 신제품으로 출시한 미니 화병의 경우 다양한 색상, 디자인, 형태로 인기가 많습니다. 덩달아 미니 화병은 외부 행사 시 체험 제품으로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입니다. 아이들 손에 딱 맞는 크기의 화병이니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인다.
자신들이 만드는 도자기 제품에 자신감과 자부심이 느껴진다. 하나직업시설 도자기는 특정 공공기관·시설의 주문 사양에 맞게 맞춤 소량 제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제품 모양, 컬러, 구성 변경이 모두 가능해 커스텀 주문 제작을 할 수 있다.

장애인 근로자들이 도자기 작업을 할 때에 눈빛은 무척이나 진지하다. 완성된 도자기를 바라볼 때는 사랑 가득한 눈빛이다. 포장할 때도 정성을 가득 담는다. 하나직업시설 내 장애인 근로자가 희망을 담아 빚은 도자기 한 점 한 점에 스며든 따스하고 정성스러운 마음이 많은 사람에게 닿기를 바란다.

‘051영화제’ 전용 도자기 상패, 
                영화제 전용 디자인의 상패이다.

‘051영화제’ 전용 도자기 상패, 영화제 전용 디자인의 상패이다.

다양한 디자인의 미니 화병

다양한 디자인의 미니 화병

임가공 작업 중인 장애인 근로자

임가공 작업 중인 장애인 근로자

Mini Interview

서영지 근로자 (발달장애)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도자기에 큰 흥미를 느꼈습니다. 내 손으로 만든 세상에 하나 뿐인 도자기가 소중하고 마냥 좋았습니다. 제가 좋아하고, 또 잘할 수 있는 것이 도자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나직업재활시설에 입소한 지 벌써 15년이 되었습니다. 도자기 과정 중 ‘슬립 캐스팅’ 작업을 담당합니다. ‘슬립 캐스팅’은 석고 몰드에 흙물을 부어서 형태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도자기 체험을 진행할 때는 제가 선생님이 되기도 합니다. 긴장도 되지만 성취감과 자신감이 생기는 일입니다. 나중에 인기 있는 도예 강사로 혼자서도 잘하고 싶습니다.

하나장애인직업재활시설

주 소 |

부산 남구 용호로 154 7층 701호 (용호동, 용호메디컬센터)

전 화 |

051-634-3417

누리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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