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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이 하나 되는 공간

김근태기념도서관

글. 박성혜 + 사진. 봉재석

도봉산, 북한산, 수락산을 품은 도서관이 있다. 동시에 기념관이기도 하다. 서울시 도봉구에 위치한 김근태기념도서관이 바로 그곳이다. 정치인이면서 민주화 운동가로 활동한 김근태 선생의 이름을 딴 곳이다. 장애물없는생활환경(Barrier Free) 인증을 받은 기념도서관, 겨울호에서는 김근태기념도서관을 찾았다.

본문

김근태기념도서관 전경

라키비움 표방하는 복합문화공간

2021년 문을 연 김근태기념도서관은 자연이라는 풍경에 사람, 시간, 역사, 삶의 흔적을 담은 곳이다.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 역할을 하는 ‘라키비움(Larchiveum)*’을 표방한다. 민주주의·인권 특화도서관이기도 한 이곳에서는 책도 읽을 수 있고, 민주주의 기록도 살펴볼 수 있고, ‘김근태’라는 인물에 대한 조명도 가능하다. 쉽게 말하자면 복합문화공간이다. 도봉구가 운영하고 김근태재단이 위탁 운영하는 공간으로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큰 역할을 남긴 고 김근태 선생을 기리는 곳이기도 하다. 김근태기념도서관은 도봉구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다. 아파트와 식당가 사이, 도시와 자연이 만나는 접점에 위치한다. 그런 연유일까, 주위에는 등산객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도서관 외부에 잠시 머무는 이들이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이 잘 조성되어 있기도 하고 도서관 입구에 있는 웃는 얼굴의 김근태 조각상은 마치 이곳을 지나고, 또 찾는 이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느낌이다.
김근태기념도서관의 첫인상은 도서관이지만, 도서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원한 창과 노출콘크리트가 공간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비정형의 대지에 격자 규칙을 통해 하나의 도서관을 만들었다. 2개 필지로 구성된 공간을 하나의 건물로 연결하기 위해 통로를 만들었고 두 건물 사이의 공간을 중정으로 활용해 공간의 깊이감도 느낄 수 있다.

‌계단에는 점자블록 및 미끄럼을 방지하는 패드가 부착 되었다.

‌계단에는 점자블록 및 미끄럼을 방지하는 패드가 부착 되었다.

‌계단 손잡이에 설치된 점자안내판

‌계단 손잡이에 설치된 점자안내판

도서대출반납기

도서대출반납기, 책상 등은 높이가 낮아 누구든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편안함과 아늑함을 느끼는 도서관

버스정류장 바로 앞에 있는 도서관 입구에는 전체 시설 점자 안내도가 설치되었다. 도서관 문을 열면 따뜻한 원목과 흰색 대비가 만든 조화가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도서관은 지하 1층~지상 4층으로 구성되었다. 지하 1층은 강의실과 수장고이며 1~3층까지 도서관으로 사용된다. 4층은 옥상이지만 현재는 닫혀있다. 공간은 전시실, 열람실, 다목적 강당, 영유아 열람실로 구성되었다. 도서관에 처음 들어서자, 시선을 사로잡은 곳은 1층 서측에 위치한 ‘큰 글자 책’ 코너이다. 큰 글자 책은 일반 단행본 글자 크기인 9~10포인트보다 큰 16포인트로 인쇄한 책으로 고령이나 시력이 약한 이들을 위한 도서이다. 국내 도서 중 출간량이 많지 않지만, 출간되는 대부분 책이 모두 서가에 꽂혀 있다. 구색만 갖추기 위한 도서관이 아니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큰 글자 책 옆으로 계단형 입체 서가가 위치한다. 3개 층이 하나의 열린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계단을 따라 마련된 서가에는 ‘민주주의 인권 특화서가’와 함께 신착 도서 등이 있다. 책과 서가를 입체적으로 체험하며 교감하는 공간으로 계획되었다. 계단 양쪽에는 손잡이와 시각장애인 점자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또한 계단마다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미끄럼 방지 패드를 부착했다. 도서관 내 열람실 책상 및 시설을 비롯해 도서 반납 기기는 휠체어 이용자 및 유아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높이가 낮다. 또한 책꽂이도 4단 높이로 누구든지 어렵지 않게 책을 꺼내 볼 수 있도록 했다. 서가와 책상 사이 공간도 휠체어 이용자가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여유 있다. 저시력자 등을 위해 돋보기, 보청기, 독서확대기를 무료로 대여해 주는 것도 이곳만의 장점이다. 1층에는 영유아 열람실이 별도로 마련되어 아이와 동반한다면 편하게 도서관을 즐길 수 있다.
전 층에 남녀장애인용 화장실이 마련되었고, 엘리베이터 위치와 화장실이 붙어 있어 편의시설 이용도 쉽게 했다. 화장실 입구 벽면에 점자표지판, 바닥에는 점자블록이 설치되었다. 화장실은 자동문이며 공간은 좁지 않아 휠체어 이용자, 장애인활동지원사 등의 도움을 받기 충분하다. 대변기에 등받이가 설치되었고 비상 호출 벨과 휴지걸이는 대변기에 앉았을 때 손이 닿는 곳에 설치되었다. 또한 대변기, 세면대 양쪽에 손잡이가 설치되어 있다.

주차장은 넓지 않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1면으로 도서관 출입구와 바로 연결되었고 모든 공간에는 단차가 없어 이동을 쉽게 할 수 있다. 건물 대부분이 유리인 탓에 유리임을 알 수 있도록 눈에 잘 띄는 색의 띠지를 부착했다.

도서관에서 돋보기, 보청기 등을 무료로 대여한다.

도서관에서 돋보기, 보청기 등을 무료로 대여한다.

남녀장애인용 화장실

남녀장애인용 화장실

‌통유리에는 눈에 잘 띄는 색의 띠지를 부착해 충돌을 방지한다.

‌통유리에는 눈에 잘 띄는 색의 띠지를 부착해 충돌을 방지한다.

1층에 마련된 ‘큰 글자 책’ 코너와 그 위로 3개 층을 하나로 연결해 서가를 만들었다

‌1층에 마련된 ‘큰 글자 책’ 코너와 그 위로 3개 층을 하나로 연결해 서가를 만들었다

도서관에서 휠체어 대여 서비스도 한다.

도서관에서 휠체어 대여 서비스도 한다.

민주화 발자취 담은 전시실

도서관과 전시실은 연결되어 있다. 김근태 선생의 다양한 기록물과 민주화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전시는 상설 전시와 기획 전시로 나뉜다. 김근태 선생의 삶과 정신을 보여주는 다양한 기록물을 전시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고, 또한 민주주의 정신을 되새겨볼 수 있는 공간으로 찾는 이들에게 여러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다. 김근태기념도서관은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사회공공부문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올겨울 다양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나로 융합된 김근태기념도서관을 한 번쯤 찾아가 보면 어떨까.

* 라키비움(Larchiveum)

2008년 미국 텍사스대학의 Megan Winget이 ‘MMORPG’를 포함한 뉴미디어를 생산적으로 보존하는 방안의 하나로 학제적 수집기관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도서관(Library)-기록관(Archives)-박물관(Museum)의 합성어로 제시한 용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