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문화생활 환경의 긍정적인 변화

장애인의 문화생활 환경개선을 위한 다양한 시도
엊그제 시청에 볼 일이 있어 덕수궁에 들렀다. 정관헌 앞을 지나며 정관헌 촉각 모형을 살펴보니 미니어처 모양이 만들어져 있고 점자설명 안내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관람객들이 촉각 모형을 만져보고 점자설명 안내판을 “이건 뭐지?” 하면서 문질러 보곤 했다. 일반안내판과 나란히 설치했으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것임을 금방 알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의 확대에 반가웠다.
최근 들어 국립중앙박물관은 ‘장애인 등 문화 취약 계층을 위한 서비스 강화사업’을 펼치고 있다. 2023년 박물관 1층 교육관에 국보 반가사유상을 주제로 한 촉각·후각·청각·시각 등 다감각 체험형 전시 학습 공간 ‘공간 오감’을 개관해 장애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비장애인에게는 시각장애를 이해하게 하는 효과를 거두며, 장애인식개선에도 도움을 주었다. 이런 긍정적인 움직임에 앞으로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체험형 전시 공간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모바일앱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홍보해 장애인들이 어떤 정보인지 알 수 있게 하고 시·청각 장애가 아닌 발달장애나 뇌병변장애 등 장애 유형별 차별적인 서비스의 형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 일상에서 이동권 관련 장애인 편의시설이 대체로 잘 갖추어 있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궁궐이다. 서울관광재단은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함께 궁궐 내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현장 영상해설 투어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2020년과 2021년에 창경궁 코스와 경복궁 코스를 운영해오다, 작년 9월부터 새로 창덕궁, 덕수궁 코스를 열어 4대 궁에서 모두 시각장애인 관람이 가능케 했다. 이밖에도 문화재청에서는 작년 7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덕수궁 석조전 앞에서 장애인과 가족을 초청해 ‘함께하는 울림-덕수궁 여름 음악회’를 개최하여 장애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프로그램이 공휴일 및 각 궁궐 휴일을 제외한 평일에 운영된다거나, 시설에 비해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않다는 점이다.
좋은 프로그램과 더불어 장애인에 대한 바른 인식이 중요
고궁뿐만 아니라 공연장, 극장, 야외공원, 관광지, 종교시설 등 장애인의 문화·예술 시설 이용·관람 편의시설을 개선하는 무장애 문화예술 환경 조성에 각계에서 노력하고 있는 만큼 좋은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좋은 시설과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장애인에 대한 바른 인식과 시설 관계 안내자의 교육이 되어 있지 않으면 제 역할과 빛을 발할 수 없다.
즉 장애인에 대한 정보와 인식개선교육이 병행돼야 하며 친절한 안내와 장애 유형에 맞는 정확한 응대가 필요하다. 입구 안내대에서 장애인이 전시에 대해 문의했을 때 어느 위치에 있으며, 어느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지 등 정확한 안내를 해야 하고, 발달장애인의 경우는 쉬운 언어의 안내가 필요하듯 각 장애 유형에 맞는 안내가 필수적이다.
전시장의 경우 상설전시가 아닌 기획전시의 편의 제공 역시 필요하다. 전시물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에게 오디오 가이드로 전시를 관람하면 된다든가, 한글을 모를 수도 있는 청각장애인에게는 작품마다 설명이 잘 돼 있으니 그냥 관람하면 된다고 안내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그외 점자 안내 리플릿 배치, 전시 기간에 주 1회 혹은 2주에 1회라도 장애인을 위한 해설사의 정규 해설 시간을 두도록 점점 개선되길 바란다. 공연장의 경우는 장애인 휠체어 좌석의 위치, 온라인 예매가 어려운 사례가 많던 휠체어석 판매 의무화, 온라인 예매 시스템 등의 환경개선도 좀 더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문화적 공감대 확산은 나와 다른 상대방을 이해하고 포용하는데서 시작된다. 장애, 세대, 지역 등과 관계없이 문화·예술을 함께 누리는 사회를 만들어 가도록 모두가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