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 장애인이 겪는 대인관계 고민

자신과 타인의 대인관계 욕구를 들여다보는 것이 관계의 매듭을 풀기 위한 비밀
대인관계에 있어서, 개인마다 만족과 불만족한 상황을 느끼는 경우는 매우 다양하다. 이는 만족하는 대인관계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며, 그로 인해 다양한 대인관계 이슈가 생긴다. 이러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인관계에서 자신과 타인의 욕구를 들여다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요즈음 MBTI 검사 등을 통해서 성격을 분석하듯이, 대인관계도 대인관계 욕구를 통해서 개인의 사회적 관계와 인간관계를 이해해 볼 수 있다.
대인관계는 일반적으로 소속, 통제, 정서의 욕구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소속의 욕구’는 사람들과의 활동에 참여하여 관계를 맺고 유지하려는 의지를 말한다. ‘소속의 욕구’가 높은 사람은 새로운 인간관계를 좋아하고, 그룹에 소속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하다. 또한 자신이 중요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는지에 집중한다.
‘통제의 욕구’는 권한과 권력의 관계를 중시하는 것으로, 리더십을 발휘하여 자신이 능력 있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정서의 욕구’는 정서적인 유대감을 말하는데, 특히 1:1의 개인적인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다른 사람과의 공감과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편, 위의 3가지 대인관계 욕구는 타인에게 직접 자신의 성향을 표출하는 표출행동(Expressed)과 타인이 해주기를 기대하는 기대행동(Wanted)을 통해 대인관계에서의 자신을 파악해 볼 수 있다.

사례 #1
저는 발달장애인인데, 회사에서 인사를 잘 받아주지 않는 비장애인 동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먼저 인사를 하는데도, 그 동료가 인사를 잘 받아주지 않아요. 저를 무시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퇴근해서도 너무 속상하고 회사에도 가기 싫어요.
김주용 씨(가명)
발달장애인 주용 씨는 정서 욕구가 높았다. 또한 남에게 직접 자신의 정서 욕구를 표출하는 표출행동과 타인에게 바라는 기대행동의 성향이 강했다. 먼저 자신의 기대행동이 높음을 이해하고 회사 동료의 행동에 대해 두 번 중에 한 번은 마음에 두지 않기로 했다. 이때 주용 씨는 마음에 두지 않기 위해 ‘주의 집중하기’ 방법으로, 평소 좋아하는 ‘자동차 세기’를 했다. 주용 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차를 ‘열 대’ 발견하고 손으로 세어 본 후, 두 번 중에 한 번은 섭섭한 마음을 좋아하는 자동차로 집중한 후 다시 업무를 하였더니, 그 동료에 대한 스트레스가 점점 줄어들었다.
사례 #2
청각장애인으로, 현재 회사에 다니고 있는 근로 장애인입니다. 저는 사실 회사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수어를 모르는 동료들과의 소통이 어렵다 보니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그런데 회사 동료들이 저를 대할 때, 어려워한다고 팀장님께 피드백을 전달받았습니다. 듣고 나니 동료들과의 관계가 더 서먹해지는 것 같고…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홍정현 씨(가명)

정현 씨는 대인관계 욕구가 전체적으로 낮았다. 회사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누군가를 통제하거나 통제받고 싶어 하지도, 유대감을 느끼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대인관계는 쌍방으로 이루어지는 관계로, 타인의 대인관계 욕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조직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더욱 중요하다. 청각장애인 정현 씨는 먼저 조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수어를 비장애인 동료들에게 알려주며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동료들은 수어로 소통하는 것을 처음에는 어색해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익숙해졌다. 관계는 서로가 노력한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변화가 시작된다. 추후 기업에서는 업무와 관련된 간단한 수어 노트도 공유하며, 함께 소통하는 노력을 보였다.

사례 #3
비장애인과 함께 일하고 있는 지체장애인입니다. 얼마 전에 동료들이 저를 제외하고 회식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같은 동료라고 생각했는데, 저를 빼놓고 회식한 사실을 알게 된 후, 내 장애 때문인가? 휠체어 때문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고,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제가 성격이 이상한 건지, 일도 더 하기 싫어지고, 퇴사도 고민하게 됐습니다.
이주영 씨(가명)
주영 씨는 소속 욕구의 표출행동이 낮고, 기대행동은 높았다. 대인관계에서는 개인의 표출행동과 기대행동의 차이만큼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표출행동은 낮은 데 기대 행동이 높은 주영 씨의 경우라면 타인에게 기대하는 만큼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주영 씨에게는 ‘자신의 감정 표현하기’를 제안했다. 주영 씨는 용기 내어 “다음에는 저도 같이 식사 한 번 해요”라고 먼저 표출행동을 함으로써 자신의 대인관계 욕구를 충족했다. 추후 주영 씨는 비장애인 동료들의 행동이 자신을 위한 배려였다는 것을 알았고, 자신의 소속 욕구를 이야기한 후 동료들과 함께 회식 분위기를 주도하며 지내고 있다. 이렇게 주영 씨처럼 자신의 바람과 타인의 생각이 다른 경우에는 나의 욕구에 해당하는 행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좋은 대인관계를 위해서는 나와 타인의 대인관계 욕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또 타인이 나에게 어떻게 행동하기를 기대하는지에 대한 대인관계의 욕구를 안다는 것은, 내가 타인과의 관계에서 만족스러운 관계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직장에서 상사나 동료들과 좋은 관계 형성을 통해 효율적인 업무를 수행함으로 조직의 목표 달성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내일 아침도 즐거운, 그래서 기대되는 출근길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