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모두가 당신의, 나의 가족입니다

장애인 가족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
이른 아침부터 학교 기숙사를 나와서 전주역으로 향했다. 평소 같으면 침대와 혼연일체가 되어 꿈나라에서 헤맬 시간이지만 광주에 사시는 부모님 댁에 가기 위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오늘은 광주 빛고을체육관에서 ‘장애인의 날’ 행사가 있는 날이다. 이 행사에 어머니를 대신해서 아버지를 모시고 가는 것이 내게 주어진 임무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매년 광주에서 장애인의 날 행사가 열린다는 것도, 그곳에 어머니가 아버지를 몇 년째 모시고 갔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지난 5~6년간을 대학입시 준비한다고, 군 복무한다고, 대학 기숙사에서 따로 지낸다고 두 분께 얼마나 무심했는지…, 가슴이 뜨끔했다.
벌써 12년 전 일이 되었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쉽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빙판길에 미끄러지는 차량에 사고를 당한 아버지는 꽤 오랫동안 병원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고 결국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장애는 결코 불행이 아니지만 한 가장과 그의 가족에게는 감내해야 할 것이 많은 힘겨운 현실로 다가왔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돌보면서 직장 생활을 병행해야 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 효도라고 말하며, 모든 걸 혼자 해내던 어머니에게 이틀 전에 연락이 왔다. 목소리가 잔뜩 잠긴 음성으로 아버지와의 외출을 부탁했다. 거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독한 독감으로 어머니가 며칠째 자리에 누워있었다는 것도 이때 알았다.
장애인은 우리의 가족이라는 깨달음
광주 송정역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 부모님 댁에 도착하니 어느새 11시가 되었다. 몇 달 만에 온 아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셨지만, 마른기침과 핼쑥해진 얼굴에서 그동안 독감으로 얼마나 고생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허둥대는 나와는 달리 아버지를 침대에서 일으켜서 휠체어 위에 능숙하게 앉혔다. 1층 주차장에서 자동차 뒷좌석으로 아버지를 옮겨 앉힐 때도 역시 어머니의 손길이 필요했다.
끝까지 동행하겠다는 어머니를 겨우 집에 남겨놓고 빛고을체육관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이 행사장 입구에 모여있었다. 아버지처럼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장애인의 국가건강검진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OX 문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정답과 상관없이 모두가 기분 좋게 웃으며 참여 선물을 받아 가는 모습이 정말 축제 같았다. 곧장 행사장에 들어가자는 아버지를 설득해서 이벤트에 참여했고 덕분에 휴대용 선풍기를 선물로 받았다. 아버지는 멋쩍어하면서도 어머니께 줘야겠다며 몇 번이나 말씀하셨다. 1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기념행사는 축하 공연에서부터 기념사, 축사, 시상식, 장학금 전달, 경품 이벤트까지 예상했던 것보다 알차면서 흥겨운 기념식이었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로 섞여 서로를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는 좋은 기회의 장이었다. 특히 나에게 ‘아버지는 장애인이며, 장애인 모두 나의 가족’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하는 특별한 하루였다.
정창희 님은 아버지로 인해 <디딤돌>을 읽게 되었다며, 내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장애인에게 관심과 애정을 가지면 우리 세상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후기와 함께 원고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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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감
2024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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