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통행로를 따라 피어난
웃음꽃 가족 나들이

지난 10월,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다녀왔던 가을 나들이 사연과
더불어 웹진 ‘디딤돌’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글을
적어봅니다. 엄마는 제가 대학교에 입학하던 해, 갑작스러운
척수염 발병으로 손쓸 새도 없이 다리의 감각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후로 여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았고 지금까지 이십 년 넘는 세월 동안 휠체어 생활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휠체어에 앉기 전까지 엄마는 저에게 공기 같은 존재였습니다.
아침에 눈뜰 때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습니다. 특히 1년간의 재수 생활을 해야 했던
저에게 엄마의 도움은 절대적이었습니다. 나중에는 저로 인한
스트레스가 급성 척수염의 원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러나 대학에 막 입학해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었던 저에게
엄마는 짐으로만 느껴졌습니다. 당시에 지방 출장이 잦았던
아버지를 대신해서 엄마는 물론이고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동생 두 명까지 제가 돌봐야 했습니다. 대학 시절 사 년과
직장에 취직한 후에도 가족들에게 발이 묶였던 제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고 엄마를 비롯한 가족들에 대한 원망만 커졌습니다.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가족과의 관계까지 소원해졌습니다.
어느덧 저 역시 두 딸을 키우는 엄마가 되었고, 여전히 바깥으로
나오는 것이 쉽지 않은 엄마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아팠습니다.
언젠가부터 엄마의 장애를 핑계 삼아 외출을 당연하게 제쳐두고 산
건 아닌가 하는 미안함도 적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부모님,
동생들과 함께 가족 나들이를 제대로 가본 적이 없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디딤돌’이라는 웹진을
알게 되었고, 휠체어를 타고도 쉽게 구경할 수 있는 자연생태공원
‘일월수목원’의 정보도 얻었습니다.
화창한 가을 날씨 때문인지, 가족과의 나들이 때문인지 아침부터
설렘까지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그날에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엄마의 모습이었습니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엄마의 표정이 그렇게
밝은 적이 있었나 싶은 정도로 연신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수목원의 전시 온실과 야외 곳곳 어디든 휠체어 통행로를 따라
평소 보기 힘들었던 다양한 식물을 맘껏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엄마와의 가을날 산책은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휠체어로
부모님을 모시고 온 다른 가족들도 즐거워 보였습니다. 막냇동생이
정성껏 준비한 샌드위치와 유부초밥을 나눠 먹으며 다음번 나들이
계획까지 세웠습니다. 이번 기회에 저희와 같은 장애인 가족들께
이곳 일월수목원을 꼭 소개하고 싶습니다.
유선희 님은 휠체어를 타야 하는 엄마와의 나들이를 계획하면서 <디딤돌>을 알게 되었다며, 앞으로도 장애인을 위한 좋은 정보를 부탁드린다는 후기와 감사의 마음까지 담아 원고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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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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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 량
원고 A4 1매 이내(글자크기 10, 줄 간격 160) / 사진 1매당 3MB 이상
마 감
2025년 1월 31일
보내실 곳
<디딤돌> 편집실 이메일 2023@bandi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