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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일터

모두의 마음에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신륵장애인보호작업장
글. 임성은 + 사진. 전경민
하우스 안의 봄꽃이 방문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화훼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신륵장애인보호작업장의 장애인 근로자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가득하다. 일이 주는 행복감에 흠뻑 빠져,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고 있는 그들의 특별한 일터를 찾았다.

서로에게 자양분이 되어주는 공간, 신륵장애인보호작업장

경기도 여주시 신륵사 옆에 위치한 신륵장애인보호작업장(이하 신륵작업장)은 화훼를 생산하고 판매·납품하는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이다. 장애인 근로자들은 사회복지사들의 지도 아래, 화훼 작업과 함께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과 훈련을 하고 있다. 꽃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 때문일까. 작업장 곳곳에 장애인 근로자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신륵작업장은 조계종 신륵사 사회복지재단의 관리 법인으로 현재 39명의 장애인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작업장 공간과 화훼하우스 부지는 모두 신륵사에서 제공을 해주고 있다. 신륵작업장 우진숙 원장은 보호작업장에서 화훼사업을 하기는 사실 쉽지 않은데,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화훼라는 업종은 우선 넓은 땅이 필요한데, 높은 임대료 때문에 법인이 꽃을 가꿀 만큼의 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신륵사 주지 스님이 사회복지에 늘 관심을 갖고 계셔서 신륵사 부지를 무상으로 임대해 주셨어요. 덕분에 좋은 자연환경에서 매년 꽃을 보며 일하고 있습니다.”

소매시장과 특화상품을 통한 매출 증대

주요 생산품은 봄꽃과 가을꽃이다. 포토존 조성에 필요한 국화를 납품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또한 고객의 욕구를 파악해 소매시장 판로를 개척하여 초장기와 비교해 10배가 넘는 매출 증대를 이끌었다. 우진숙 원장이 이렇게까지 매출 증대를 위해 동분서주하며 보낸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보호작업장의 운영 구조상 직원 인건비는 지원해주지만 장애인 근로자들의 급여는 전액 수익사업으로 충당을 해야 했습니다. 39명의 급여가 제 손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니, 부담이 많이 됐죠. 하지만 목적이 너무 분명했기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어요.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고 품질에도 더욱 신경 쓰며 8년 동안 매출을 끌어올려 장애인 근로자들의 급여 수준을 점점 올리고 있습니다.”

우 원장은 10배 이상의 매출 증대는 사회복지사지만 화훼전문가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노력해준 직원들 덕분이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화훼하우스에서는 사회복지사들과 장애인 근로자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사의 주도하에 작업을 하다 보니, 업무의 강도가 복지관과는 많이 다르다고. 하지만 서로에게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신나게 일하고 있다.

동료와 웃으며 화분 진열 작업을 하고 있다.

화분 분갈이에 집중하는 장애인 근로자

동료와 함께 작업한 화분을 들고 있는 장애인 근로자의 모습

작업장 안과 밖의 삶이 모두 즐겁도록

작업장 한쪽 노래방 기계 앞에서, 점심을 먹고 자유시간을 즐기고 있는 장애인 근로자들의 흥이 넘치는 노랫소리에 신륵작업장의 평소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우 원장은 “보호자들은 급여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곳을 선호하는데, 당사자들이 이곳에서 안 나간다고 하고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있어요. 비가 오거나 몸이 아파도 대부분 안 빠지고 작업장에 출근을 해요. 종종 컨디션이 안 좋아서 소란을 피우거나 하기도 하는데, 39명이 한결같이 비난하거나 질책하지 않고 묵묵히 지켜봐 줍니다. ‘왜 그랬어’라는 말조차 하지 않더라고요. 서로를 챙겨주는 마음에 제가 많이 배우죠”라며 그들의 동료애를 칭찬했다.
신륵작업장 장애인 근로자들은 근로 작업 외에 1인당 2개 이상의 여가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프로그램으로는 뉴스포츠, 볼링, 탁구, 독서, 미술, 스마트폰 교육, 댄스, 파크골프 등 다양하다. 여주시 유관기관과의 연계사업을 통해 작업장 밖에서도 삶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임가공 작업을 하는 장애인 근로자의 모습

보호받는 대상이 아닌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다

우 원장은 일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장애인 근로자들을 보며, 장애인에게 일터에 대한 개념이 누구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장애인들에게 일터는 당사자만의 행복뿐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행복을 주는 곳입니다. 장애인 근로자 한 분이 급여를 엄마에게 주며 ‘이제 내가 돈을 버니까 엄마는 이제 일 그만해’라고 했다며 보호자가 전해주셨어요. 급여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보호받는 대상이 아닌 자신도 누구를 보호해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준다는 거죠.”
이는 12년 차에 접어든 신륵작업장이 여전히 열심히 꽃을 가꾸고 있는 이유다.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해가는 장애인 근로자들을 보호작업장이 아닌 일반시장으로 일자리 전환을 시키는 것, 행복한 일터 신륵작업장이 궁극적으로 꿈꾸는 목표이기도 하다.

황현호 님
“6년 전에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누나의 소개로 오게 됐습니다. 화훼 파트에서 일하고 있는데, 원장님도 친절하시고 사회복지사분들도 모두가 웃으면서 일을 해서 여기 오는 게 즐겁습니다. 지금보다 더 발전하는 제가 되고 싶습니다.”
이예슬 님
“2012년에 장애인복지관 소개로 오게 됐습니다. 임가공작업과 분갈이작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과 함께 일하는 게 즐겁고 친한 동료와도 매일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열심히 일해서 부자도 되고 싶어요.”

신륵장애인보호작업장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로 화훼 재배 및 판매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근로 능력이 있는 중증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직업 훈련을 통해 잠재적 능력 개발 및 사회성 증진을 도모하여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주소 경기도 여주시 신륵로 112-42(천송동 298-6)

문의 031-881-2067~8

홈페이지 http://silleukc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