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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를 맞춰 이해와 생각을 키워나가다

장애인식개선교육 전문강사 김미나
글. 조민경 + 사진. 봉재석
그를 만난 사람이라면 한결같이 이런 단어가 떠오를 것이다. 열정, 에너지, 긍정.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무대에 서는 것도 좋아해 연극배우도 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스피치 연습을 하며 전국 웅변대회에도 나갔었다. 이런 경험과 재능은 장애인식개선교육 전문강사라는 직업에 그대로 녹아있다. 자신의 직업이 천직인 것 같다며 환하게 웃는 김미나 강사는 오늘도 꿈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다양한 방식의 맞춤 강의

2014년부터 시작한 그의 강사 인생이 어느덧 10년이란 시간을 지나왔다. 김미나 강사는 우리 원이 관리하는 ‘장애인식개선교육 실적관리시스템’에 강의 등록을 가장 많이 한 강사다. 다시 말해, 올해 상반기 우리 원 최다 강의를 기록한 강사라는 의미다. 이처럼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그는 인터뷰 당일에도 역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오늘은 열정적으로 강의하는 강사 김미나가 아닌 교육을 받는 학생 입장으로 자리에 앉았다. 일주일에 세 번 진행하는 교육 시간에는 연극, 미술, 음악 등 예술을 접목한 수업법을 배운다. 이번 수업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강의할 생각을 하니 설레는 마음이 가득하다.
유치원부터 초·중·고,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는 그는 그동안에도 강의 대상에 맞춰 다양한 수업을 진행해 왔다. 그는 장애인식개선교육 전문강사 위촉을 기본으로 장애인권강사 전문 교육, 미술 놀이 심리 과정, 퍼실리테이터 자격증 등 50개가 넘는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자격증을 취득한 이유는 현장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해 좀 더 재미있고 전달력 있는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각 강의에 따라 대상에 맞춘 방식과 수업의 집중도를 높이는 방법을 연구하며 준비한다. 초등학생 대상 강의의 경우 두 가지 색상의 점착식 메모지를 준비한다.
“수업 내용이 시작되기 전, 메모지에 장애인에 대한 이미지를 솔직하게 적어보라고 해요. 적은 메모지를 모아 커다란 전지에 붙여놓고 어떤 생각들이 있는지 보는 거예요. ‘불쌍하다’, ‘안타깝다’ 등의 생각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그리고 수업이 끝나기 전, 이번에는 다른 색상의 메모지에 적으라고 합니다. 수업을 듣고 난 후 장애인에 대해 바뀐 생각을요.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장애인을 도와주는 데 앞장서야겠다’, ‘우리와 똑같은 인권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등 다양한 생각들을 볼 수 있어요.”
눈높이에 맞춘 수업 덕분에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학생들 역시 재미있고 쉽게 내용을 이해하고 생각하게 된다. “오히려 성인 대상으로 하는 강의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아요. 성인이 될수록 장애인에 대해 무관심해지고 편견도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현장 상황에 따라 강의 시간이 짧아지는 경우도 많고요. 성인 대상 교육이 더 많이 늘어나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강의에 집중하며 질문을 하기도 하는 등 관심을 가지고 수업에 임해 그를 감동시킨 경우도 있었다.
“한 재활원에서 진행한 강의였어요. 재활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늘 장애인과 함께 있는 분들이어서 그런지, 호응도 많이 해주시고 질문도 다양했어요. 그때는 정말 감동받았어요.”

인생의 전환점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강의 활동을 하는 그가 장애인식개선교육 전문강사가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3살 때 소아마비라는 장애를 갖게 된 그는 자신의 장애를 숨기고 싶었고, 장애인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았다.
“제가 장애인이면서 장애인에 대해 안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장애인식개선교육 전문강사로 활동하고 있고, 장애인 친구들도 많아요. 장애인을 만나면 그들의 장점부터 보게 됐고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이들 덕분이었다. 지금은 성인이 된 연년생 두 자녀를 둔 김미나 강사는 아이들이 어린 시절,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곤 했었다.
“아이들을 데리러 갈 때마다 아이들 친구들이 다리가 불편한 엄마를 보고 ‘너희 엄마 다리 왜 그래?’라고 물어보는 거예요. 그때 생각했어요. ‘우리 아이 친구들에게 나의 장애를 알려야겠다’라고. 그리고 담임 선생님께 그런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얘기했죠.”
아이들 덕분에 용기를 냈고, 그 마음이 발화점이 되어 장애인식개선교육 전문강사라는 직업을 평생 업으로 삼게 됐다.
“강사가 되고 나서 계속 공부하고 강의하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됐고, 저의 장애도 받아들이게 됐어요.”
생각이 바뀌니 행동이 바뀌게 되고 그 행동은 실천으로 연결됐다. 좀 더 많은 장애인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수업 내용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시키고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 계속해서 연구하고 공부하고 있다. 특히 4~7세 유치원 대상 강의는 그의 이런 노력이 고스란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유치원 강의는 장애인권을 다룬 동화책 내용을 동화구연으로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의 수많은 자격증 중 하나인 동화구연 자격증은 이때 빛을 발한다. 동화구연이 끝나면 아이들과 함께 손인형을 이용해 동화에 나오는 캐릭터 역할극을 한다. 아이들은 집중해서 수업을 듣고 역할극을 통해 자연스럽게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생각을 키워나가게 된다.

끊임없는 배움, 도전

해마다 강의를 나가는 한 중학교의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고 운동장에 나와서 인사를 하기도 하고, 가방을 들어주면서 배웅해 주기도 한다. 어떤 학생은 작년에 봤었다고 알은 체를 하기도 한다. 그를 알아봐 주는 것, 기억해 주는 것, 이것이 그의 강사 생활에 큰 원동력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편견없이 바라보길 원하는 마음이 전해진 걸까.
“장애인식개선교육 전문강사로서 특히 중요한 건 중립적인 관점이라고 생각해요. 장애인 입장에 치우쳐 강의하게 되면 결국 장애인에 대한 편견 또는 거부감을 심어주게 되거든요.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누구의 생각이나 말도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호기심 많고 도전하는 성격 역시 오랜 강사 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던 힘 중 하나다. 강의에 관련된 것 또는 활용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배우고 도전한다. 작년에는 ‘대한민국 패럴 스마트폰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했고 우수상이라는 결과도 얻었다. 올해 역시 출품할 작품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시나리오 작가 수업을 신청해서 듣고 있어요. 저는 이런 것들이 모두 제가 하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수업하면 집중도와 이해도를 높일 수 있거든요. 결국 제 배움과 도전은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더 잘하기 위함인 거죠.”
모든 국민이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으면 좋겠다는 그는 “장애인을 차별적 태도가 아닌 함께할 수 있는 태도로 대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는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저의 꿈은 이 자리에서 계속해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건강하게 해나가는 거예요. 그리고 장애인도 모든 사람과 같은 생각과 감정이 있다는 것, 비록 몸은 장애인이지만 마음은 장애인이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의욕 넘치는 그의 삶을 대하는 마인드와 에너지는 주변까지 밝은색으로 물들게 한다. 그 밝음이 그가 가진 소망과 함께 널리 퍼지길 바라며 끊임없이 배우고 나아가는 그의 삶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