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의 독립적인 삶을 위해 나아가다

맞춤 교육으로 시작하는 지하철 택배
2014년에 문을 연 종로행복일굼터는 일반고용이 어려운 정신장애인의 직업재활, 사회적 장애인식개선 등을 도모하고 더불어 고용기회와 사회참여를 확대시키기 위해 설립됐다. 종로행복일굼터는 사회재활사업과 직업재활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여겨 볼 점은 택배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이라는 것이다. 현재 장애인 근로자 32명이 일하고 있다. 종로행복일굼터 김영기 원장은 오랜 시간 운영해온 만큼 잘 정착한 택배사업을 뿌듯한 표정으로 소개했다.
“저희 택배사업은 지하철 택배입니다. 고객의 이용 의뢰가 들어오면 저희 직원이 지하철을 이용해서 물건을 배송하는 시스템입니다. 저희 시설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 근처에 동대문 종합시장, 평화시장 등 시장이 많은데 이쪽에서 많이 이용하는 편입니다. 오래 운영하다 보니 고정 거래처도 있고, 개인 고객들도 자주 이용합니다.”
지하철을 이용해 배송지를 찾아가야 하고 직접 고객과 소통해야 하는 직업이기에 일을 시작하기 전 일정 기간 동안 교육이 필요하다. 기본 교육 기간은 3주이지만 경우에 따라 3~4일 만에 바로 업무를 시작하기도 하고, 한 달 정도의 교육 진행 후 일을 시작하기도 한다. 이렇게 직원의 상황에 맞게 맞춤교육을 진행한 후 업무를 시작한다.

일, 성장, 사회로의 연결
종로행복일굼터 장애인 근로자들의 재활은 일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택배 일의 특성상 지하철을 타는 것부터 시작해서, 지도를 확인하며 길을 찾아가고, 고객과 만나 소통하는 등 모든 과정이 재활을 위한 훈련이 됩니다.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성을 키우게 되고 성장하게 되는 거죠.”
김 원장은 “내부 재활 교육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현장에서 부딪히면서 끊임없이 본인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결국 큰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한다. 처음 일을 시작하는 직원들 중에는 지하철을 반대 방향으로 타서 배송 시간이 늦어진 경우도 있었고, 지도 보는 방법을 몰라서 가는 동안 사무실에서 위치를 설명해 주면서 이동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누구의 도움 없이 지도를 보면서 일을 해내고 있고, 고객과 소통하며 다양한 결제 방법도 습득했다. 김 원장은 이렇게 일을 통해 조금씩 사회에 적응해 나가며 성장하는 근로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기쁘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 한다.
“저희는 기본적으로 정신장애인 사회재활과 직업재활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저희와 같은 시설이 많이 생겨야 하는데 아직 지역사회에 이런 시설이 들어오는 걸 반대하는 분위기가 큽니다. 다행히도 저희 시설은 주거지역이 아닌 상업지역이라 반대가 없었습니다만, 아직 사회적 인식개선을 위해서 갈 길이 먼 것 같아 아쉽습니다.”
종로행복일굼터는 일상생활 기술 훈련 및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사회재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직원들의 친목을 위한 단합대회를 개최했고, 5월에는 영화 관람 동아리 활동으로 다 같이 점심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기도 했다.

작가와 함께 하는 회복의 길 -가족 교육-

잠실로 떠나보는 벚꽃 탐방 -단합대회-

힐링 걷기 -동아리 활동-
업무 전용 프로그램 사용으로 효율적인 업무 수행
종로행복일굼터 직원들의 하루는 각 직원의 휴대전화에 깔려있는 프로그램을 통한 출근 기록으로 시작한다. 이 프로그램으로 출퇴근 기록은 물론, 배송 업무 알림을 받고 업무를 수행하며 지도가 연동된 길 찾기 기능을 이용해 배송지를 찾아간다.
“저희는 전 직원 모두 이 시스템을 이용해 일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사용하기 어려워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모두 이 프로그램을 통해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죠. 장애인 근로자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고객들이 가끔 있는데요, 이렇게 업무 효율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며 시스템을 갖추고 일하고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김 원장은 원활한 업무 진행을 위해 도입한 시스템에 모두 잘 적응하여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하며, 앞으로 종로행복일굼터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바람을 전했다.
“정신장애인은 사회와 오랫동안 격리되어 있었기에 사회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분들을 저희가 지속적으로 고용해서 사회 참여를 통한 적응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로 직업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살아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 국가의 협력과 지원이 많이 필요합니다. 우선 많은 공기업 또는 전문 투자기관들이 저희 택배사업에 관심을 두고 많이 이용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안해훈 님
“오랫동안 일을 해왔는데, 적성에 잘 맞는 것 같아요. 일을 하면서 재밌기도 하고, 친구도 많이 생겼습니다. 동료들도 잘해줘서 고마워요. 제가 결혼을 했는데, 장모님은 그냥 둘만 행복하게 잘살면 된다고 말씀하시지만 저는 계속 일을 잘해서 가정에 보탬이 되고 싶어요.”
종로행복일굼터
종로행복일굼터는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로 택배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정신장애인들이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직업능력 회복과 사회성 향상, 취업기회 확대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종로43길 9 행복빌딩 2층, 3층
문의 02-744-9707
홈페이지 www.jnhapp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