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봄호 VOL.302

VOL.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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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발달장애인의
예술을 재미있고,
가치있게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
스프링샤인

글. 오정미 + 사진. 봉재석

스프링샤인은 발달장애 예술가들이 직업인으로서 창작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이자 사회적기업이다.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아트워크를 활용하여 아트굿즈와 ESG 캠페인 키트를 제작하고 판매하고 있다. 봄날의 햇살처럼 밝은 얼굴로 창작과 생산 활동을 이어가는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 스프링샤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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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승화하는 정밀한 생산 작업

“아휴~ 자루에서 머리는 빼고 솜을 꺼내야지.”
키트 제품에 포장할 압축솜을 열심히 꺼내느라 솜이 든 자루에 머리가 쑥 들어가 버린 훈련생을 보며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서 맑은 웃음이 터졌다. 동그랗게 둘러앉아 제품을 포장하는 근로자들의 밝은 얼굴을 통해 스프링샤인이 얼마나 행복한 작업장인지 알 수 있었다.
스프링샤인에서 근무하는 장애인들은 모두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오전에는 아트워크 개발을 위한 창작활동에 집중하고, 오후에는 제품 제작과 상품 포장 업무를 진행한다. 스프링샤인의 대표 디자인 제품은 짜욱 작가의 아트워크인 사막여우 캐릭터를 활용한 티셔츠와 머그컵으로 두 제품 모두 중증장애인생산품으로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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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스, 우리 같이 머그컵 만들어 볼까요?”
작업을 권유한 권용일 팀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잼스 작가가 무지 머그컵 위에 사막여우가 그려진 전사지를 조심스레 올렸다. 전사지가 컵에 딱 맞도록 맞춘 다음 테이프로 임시 고정하는 이 배치 작업이 제품 인쇄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이 단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프린트가 엉망이 된다. 잼스 작가의 옆에서 사막여우 티셔츠를 제작 중이던 코난 작가가 예사롭지 않은 눈빛으로 하얀 티셔츠 위에 놓인 전사지를 살폈다. 코난 작가는 혹여라도 인쇄가 비뚤게 나올세라 위아래 위치를 꼼꼼히 확인한 다음 조심스레 테이프를 붙여 자리를 잡았다.
이렇게 전사지가 배치된 티셔츠와 머그컵을 전용 기계로 누르면 제품에 사막여우가 깔끔하게 프린트되며 제품이 완성된다. 이때 사용하는 기계는 고열·고압을 사용하므로 안전을 위해 충분히 훈련된 작가들이 작업을 도맡고 있다.
완성된 제품을 깔끔하게 포장하는 것 또한 작가들의 몫이다. 사막여우 제품뿐만 아니라 스프링샤인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디자인 제품을 포장하는데 이들의 손길이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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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엿한 예술가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현재 스프링샤인에는 11명의 작가와 6명의 훈련생이 소속되어 있다. 스프링샤인은 작가들이 더욱 다양한 직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스프링아카데미’라는 전문 훈련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 중이다. 도예, 회화, 디지털 드로잉 수업으로 구성된 스프링아카데미는 작가들이 한 가지 기법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소재와 기법을 활용한 훈련을 통해 창작 활동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울러 의사소통, 위생 관리, 금전 관리, 식생활 및 의복 관리 등 실생활에 필요한 교육을 통해 작가들이 일상생활과 직장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아트굿즈 생산 외에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해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한다.
발달장애인 미술 공모전 ‘하나아트버스’는 스프링샤인의 대표적 지원 활동이다. 하나금융그룹의 후원을 받아 올해 4회째 진행하고 있으며, 매년 500~700명의 발달장애 예술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수상 작품은 하나금융그룹 사옥과 하나은행 복합문화공간 ‘하트원’에 전시되며, 성인 수상 작가에게는 스프링샤인의 인턴십 과정 참여 기회가 주어진다.
발달장애인 도예가와 함께하는 ‘도자기 클래스’도 빼놓을 수 없는 시그니처 프로그램이다. 해리 작가를 비롯해 지노도예학교 시절부터 활동해 온 발달장애인 도예가들이 직접 진행하는 수업에서 참가자들은 도예 기법을 배우고 직접 작품을 제작할 수 있다. 올해는 영산조용기자선재단과 함께 ‘스프링 도예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재능 있는 발달장애 예술가를 발굴하고 문화 체험의 기회가 적은 장애인들에게도 창작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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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샤인이 그리는 꿈의 이정표

스프링샤인은 대중들이 발달장애인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데니스 작가의 〈오미진 이야기〉와 같은 웹툰, 뉴스레터, 마스코트 캐릭터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과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이야기들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프링샤인을 이끄는 김종수 대표는 우리나라 발달장애 예술가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신의 꿈을 가감 없이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스프링샤인은 발달장애 예술가들이 직업인으로서 창작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수도권 외 지역에서도 발달장애 예술가들을 위한 조직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분들이 많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더 많은 지역에서 발달장애 예술가들이 자신의 재능을 온전히 펼칠 수 있도록 저희 스프링샤인이 하나의 롤모델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mini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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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 작가(김새롬, 회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 언젠가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스프링샤인에서 일할 수 있게 되어 더욱 뜻깊게 생각하고 있어요. 2024년에는 제가 그린 그림이 ‘멘도롱 우비’의 아트워크로 선정되어 매우 기뻤습니다. 스프링샤인에서 작업한 작품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어요. 언젠가 제가 만든 도자기와 그림을 모아 전시회를 열어보는 것이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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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작가(강동우, 웹툰)

“기존에는 완성된 작업을 보조하는 편집 업무를 주로 담당했지만, 나만의 작품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면서 스프링샤인으로 이직하게 됐습니다. 현재 인스타툰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기획부터 작화, 스토리 구성, 업로드까지 모든 과정을 맡고 있어요. 스트레스 없이 작품 활동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을 때 가장 즐겁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을 확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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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샤인

스프링샤인은 발달장애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그들의 아트워크를 활용하여 디자인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중증장애인생상품 생산시설이다. “발달장애인의 예술을 재미있고, 가치있게”라는 미션 아래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 없는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식의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