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에게 더 가혹한 입원
현실
연구에 따르면 중증장애인의 월평균 간병비는 최대 190만 원으로,
비장애인의 약 5배 수준에 달한다. 장애의 특성상 기본적인 이동이나
식사, 배변 활동조차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병원에서
제공되는 간병서비스는 대부분 경증 환자를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어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 어렵다.
더구나 병원 간병은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중증장애인은 민간 간병인을 직접 고용하거나, 가족이 병실에
상주해야만 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입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간병인 구하기’가 가장 큰 장애물인 현실 속에서, 중증장애인의
건강권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누가 ‘돌보는가’가 아니라 누가 ‘견디는가’
연구에 참여한 장애인의 44.1%가 ‘사적간병인을 고용하지 못한
이유’로 비용 부담을 꼽았으며, 사적간병인 서비스 자체를 몰랐다는
답변도 많았다. 결국 그 역할은 가족에게 넘어간다. 하지만 가족의
간병은 ‘사랑의 희생’인 동시에 '생계와 돌봄의 충돌'이기도 한
양면성을 안고 있다.
가족이 병원에 상주하며 환자를 돌보는 동안 직장을 포기해야
하거나,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흔하다. 실제로 조사 결과, 장애인
본인이 입원을 미루거나 조기 퇴원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으며, 심지어 “간병비 때문에 죽고 싶었다”라는 응답도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금 일깨운다. 간병이 개인과 가족의 책임으로만
남아 있는 한, 중증장애인의 건강권은 언제든지 침해당할 수 있다.
해외는 어떻게 하고 있나
일본은 병원 내 간병을 현물서비스 통해 제공하며, 간병 이용에 따른
본인부담금은 소득 수준에 따라 경감된다. 병원에서도 일정 조건
하에 장애인을 위한 간병이 가능하고, 서비스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중요하게 본다. 다만 지역·제도 간 차이가 커서 형평성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다.
미국은 메디케이드(Medicaid) 기반의 자율적 간병 시스템을
운영한다. 장애인이 개인예산을 받아 유급 간병인을 직접 고용할 수
있으며, 오리건주처럼 법적 규정으로 병원 간 간병 제공 의무를
명시한 지역도 있다. 당사자 중심의 선택권 보장이 강점이지만,
주마다 제도의 수준이 다르다는 특징도 존재한다.
영국은 국가보건의료체계(National Health Service, NHS)를 통해
병원 내 간병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특히 발달장애인을 위한
전문간호사와 병원이력서(Hospital Passport) 제도를 운영해,
의사소통과 맞춤 돌봄을 지원한다. 하지만 전문 인력 배치와 지원이
의무는 아니며, 지역 편차가 있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프랑스는 병원에 입원하면 간병이 병원의 책임 하에 제공되며, 간병비는 입원 패키지에 포함된다. 장애인이 가족과 함께 머물 수 있도록 하면서도, 가족 간병자의 급여를 유지해 주는 장치도 존재한다. 또한 입원 중에도 필요한 비용은 다양한 방식으로 국가가 지원해 부담을 줄여준다.
| 국가 | 특징 | 장점 | 단점 |
|---|---|---|---|
| 일본 | 본인부담금 경감 제도 병행 | 서비스 지속성 보장 | 복잡한 제도 구조 |
| 미국 | 유급 간병인 직접 고용 가능 | 선택권·자율성 보장 | 주마다 지원 수준 상이 |
| 영국 | NHS 통한 병원 무상 간병 | 병원 간병 무료 | 지역별 편차 |
| 프랑스 | 병원 책임하에 간병 | 다양한 비용 지원 | 장기입원 시 급여 축소 가능 |
간병도 ‘권리’입니다
중증장애인의 병원 간병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공공성을 중심으로 한 제도 개편이 가장 시급하다. 우선 간병을
의료서비스의 연장선으로 보고, 국민건강보험 또는 의료급여 안에서
공적 간병서비스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활동지원제도가 입원
중에는 중단되거나 제한적으로만 제공되는 문제를 개선하여, 병원
내에서도 활동지원사가 간병을 연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연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장애 특성을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전담 간병인 양성체계도
절실하다. 장애유형에 따른 돌봄 방식,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표준화된 교육과 인증을 통해 장애감수성이
높은 간병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도 단순히 병상 수를 늘리는 차원이 아닌,
서비스의 내용과 대상자를 장애친화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나아가
지역사회 중심의 방문재활 간병 네트워크와 연계한 입원 간병지원
패키지를 마련하여, 교통비·상주지원·가족돌봄 보조 등 실질적인
비용 부담을 줄여줄 필요도 있다.
함께 짊어져야 할 간병의 무게
병원은 누구에게나 회복과 치료의 공간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간병제도는 중증장애인에게 병원을 ‘두려움의 공간’으로 만든다.
치료를 포기하게 만들고, 가족을 병실로 불러들이는 현실은 더 이상
개인의 책임이 되어선 안 된다.
이제 간병도 하나의 권리로 보장되어야 한다. 중증장애인의 건강권,
인간다운 입원 환경, 그리고 돌봄의 공공성을 실현하는 길은
‘간병’이라는 일상의 무게를 사회가 함께 나눌 때 비로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