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오래 나눔, 함께 즐겁게 구움
한터보호작업장

보호와 고용을 한 번에, 행복한 일터 ‘한터’
‘한터’는 사회복지법인 ‘한마음’을 모 법인으로 개원한 중증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다. 중증장애인 삶의 질 향상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관으로 사회복지법인 한마음은 시각장애인 거주 시설 1개소, 중증장애인 거주 시설 3개소, 지적장애인 거주 시설 1개소,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1개소, 정신병원 등의 시설을 운영하며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 힘쓴다. 한터보호작업장(이하 한터)은 장애인 직업재활시설로 취업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의 직업 적응 훈련과 안정된 직장생활을 위한 보호 고용 및 취업 연계를 지원한다.
한터가 개원한 건 2000년이다. 직업재활시설로 개원해 식품 제조·가공업체인 ‘행복한 일터’ 개업, 중증장애인 생산품 시설 지정, 사회적기업 인증, 한터 베이커리 개점 등 작지만 의미 있는 성장을 일궈왔다. 그 변화를 일군 자리가 왜 장태산 아래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청정자연이 가득한 이곳에 장애인 이용시설과 거주 시설, 병원 등이 모두 모여 있다. 마치 ‘한마음 마을’ 같다.
한터에는 11명의 장애인 근로자, 50여 명의 장애인 직업 훈련생, 9명의 직업훈련교사 및 사회복지사, 원장이 근무한다. 이들은 함께 어떤 꿈을 굽고 있을까. 한터가 처음 생산을 시작한 품목은 건강즙이다. 1990년에 지어진 건물을 조금씩 고쳐가며 장애인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공동모금회 등의 기관에서 지원받아 공간을 만들고 기계를 들이고 새로운 제품을 선보였다. 그것이 제과제빵, 참·들기름, 조미김이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식품 생산을 이어온 이유가 궁금하다. 유병흔 원장은 “장애인이 일에 접근할 때 가장 좋은 것, 또 진입 장벽이 낮은 것이 식품이라 생각합니다. 한터에는 중증 발달장애인이 대부분입니다. 이들이 다양한 직업훈련을 통해 시설 및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삶을 누릴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습니다.”

건강, 맛, 위생까지 모두 잡은 안전한 먹거리
한터 생산 제품에는 ‘브라운 핸즈’라는 이름이 붙는다. 브라운 핸즈는 장인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고급스러움을 뜻한다. 브라운 핸즈 제과제빵은 몸에 좋은 엄선된 재료만을 사용한다. 빵에는 방부제나 유화제, 색소 등 첨가물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제과제빵을 만날 수 있다. 설비시설의 해썹(HACCP) 인증 취득으로 위생까지 챙긴다. 믿을 수 있는 안전한 건강함 때문일까, 대전 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주문이 많다. 또한 당일 생산, 당일 판매를 목표로 신선함까지 전달하는데 공공기관에서도 꾸준히 찾는다.
유병흔 원장은 한터의 특장점으로 ‘다품종 소량 생산’을 꼽았다. 단팥빵, 소보로빵, 소시지빵, 식빵, 머핀 등이 있으며, 우리밀 수제 쿠키세트, 초코파이 세트도 인기다. 제빵의 경우 대전 지역에만 무료 배송을 한다.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날도 오전 생산과 배송까지 마친 직후였다.
브라운 핸즈 참·들기름 제품에는 ‘참들애찬’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애(愛)와 찬(饌)의 합성어로 사랑이 가득 찬 맛있는 반찬을 통해 중증장애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다는 뜻이다. 수작업을 통해 전통 방식인 압착으로 기름을 짜낸다. 이는 추출 방식으로 생산하는 기성품과 달리 품질이 우수하고 향과 맛이 좋다. 세 번 걸러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맑고 깨끗하며 일정한 온도에서 볶아 탄내가 없고, 고소함도 오래간다. 직접 짠 참기름이 있으니 이를 활용해 김 생산도 한다. 서천에서 자란 최고급 원초로 정성을 다해 만든다.

온라인 민간시장 판로확보,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책 필요
생산된 제품 판매는 어떨까. 제빵의 경우 대전 내 어린이집·유치원 주문이 많지만, 이전에 가장 많은 주문량을 차지했던 곳은 국방부였다. 대전 내 군부대 장병은 물론 논산훈련소 입소자 중 생일을 맞은 이들에게 쌀 케이크를 선물했고, 이 때문에 한터의 주문량은 항상 유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몇 년 전 지급 방식이 ‘바우처’로 변경되면서 그 물량이 멈췄다. 한터는 판로를 찾기 위해 애썼다. 장애인들이 안정적으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매출 확보가 중요했다. 매출과 판로확보는 실과 바늘 같은 사이!
우체국, 네이버, 꿈드래 등 국내 유수의 온라인 스토어에 입점했지만, 그곳만 바라볼 수는 없다. 공공분야를 대상으로 판로가 한정되었던 중증장애인생산품이 온라인 민간시장으로 판로를 확대하면서 ‘밀리패스 복지몰’에 입점·판매를 시작했다. ‘밀리패스 복지몰’은 군인 및 군인 가족의 신분 확인, 각종 증명서 발급 등 다양한 군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사이트이다.
김세영 직업훈련교사는 “입점한다고 해서 판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업체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제품 정비와 개발, 적극적인 온라인 마케팅을 진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제품과 브랜드의 신뢰도가 높아야 결국 판매로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소비자들도 결국 좋은 제품을 찾는 것이니까요.”


단순한 제품 구매가 아닌 ‘착한 소비’라는 가치 구매
유병흔 원장은 “추후 오프라인 매장 베이커리 카페 운영을 계획 중입니다.”라며 운을 뗐다. 한터는 이미 카페 운영 노하우가 있다. 공공 체육시설 내 입점해 카페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것. 하지만 여러 제약과 한계로 지속할 수 없었다. “여건이 되는대로 브라운 핸즈에서 단독으로 운영하는 매장을 준비 중입니다. 더 많은 고객이 가치 있는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갈 예정입니다. 소비자들이 단순히 좋은 제품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착한 소비’라는 가치도 함께 구매하는 마음이면 좋겠습니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생산품을 구매하면 단순히 구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소비가 되고, 그것은 누군가에게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작은 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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