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해결 방법이 아니라, 당신과 함께하겠다는 마음, 공감
고등학교 상담부장, 상담연구소를 운영하며 강의한다. 저서로는 《마음을 이어주는 참대화》 등이 있다.

얼마 전 열 살 된 아들에게 슈팅 플라이를 사줬습니다. 불빛을 내며 하늘 높이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장난감입니다. 장난감을 사주며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나무에 걸려서 잃어버릴 것이 염려되어 놀이터나 학교 운동장에서만 하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퇴근했을 때 아들이 난감한 얼굴로 말합니다.
아들 : 아빠가 사준 슈팅 플라이, 그거 학교에서 하다가 담장 너머로 날아가서 잃어버렸어.
나 : 거봐라, 그러니까 아빠가 조심하랬잖아.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몇 번 하지도 못하고 잃어버리다니……
아내 : (잠시 침묵) 아이참, 아빠, 그게 뭐야, ‘속상하겠다.’ 그거라도 말해줘야 하는 거 아냐?
나는 한참을 웃다가 정신을 차리고 아이의 마음을 보았습니다.
‘그래, 아빠가 미안. 아들이 아쉽고 속상했을 텐데 그걸 몰라줬네.’
아들은 아끼던 장난감을 잃어버린 아쉬움을 나누면서 위로받고 싶었던 것인데, 아빠는 아들의 속상한 마음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라진 장난감에만 정신이 팔렸습니다.

함께한다는 것, 마음이 연결된 상태
서로 ‘함께한다’라는 의미는 같은 공간에 머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엄밀히 말하면 한 공간에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각자의 몸을 가지고 있으니 각각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데 어떻게 같은 공간에 머물 수 있겠습니까? 같은 식탁에 둘러앉지만, 다른 의자에 앉아야 하고 한 이불을 덮는 부부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잠들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함께하려 부둥켜안아도 각자의 자리에 있으므로 결국은 함께하지도, 만족하지도 못합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함께하는 것’은 마음을 통해서 연결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마음이 연결된다는 것은 서로의(상대의) 심정을 알아주면서 공감하는 것입니다. 누군가 내 심정을 알아주면 자신감이 생기고 그 힘은 스스로 새로운 가능성과 참신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사례 1]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왔을 때 아내가 힘이 빠진 모습으로 말합니다.
아내 : 몸살이 나는지 몸이 좀 안 좋아요.
남편 : 그래? 책상 위에 있는 영양제 먹어요.
아내 : 영양제 먹는 걸 내가 모를까 봐 그런 말을 해요?
남편 : 왜 화를 내? 그럼 날 더러 뭘 어쩌라고?
남편은 공감하기보다는 수리공의 모자를 쓰고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그저 아내 마음을 알아주면 되는데 그의 삶을 책임지려 하는 자세가 공감을 방해합니다.
[사례 2]
몇 해 전 교통사고로 입원한 적이 있었습니다. 병실에 가족과 친구들이 병문안을 왔습니다.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침통한 표정으로 묻습니다. “사고가 어쩌다 그렇게 되었어?” 사고 경위를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그 말을 들은 친구들은 대체로 보험처리 요령, 합의할 때 유의 사항, 자동차 수리 정보를 제공하고 떠납니다. 병실을 찾아준 그들의 호의는 고맙지만, 내 입은 침이 마르고 그들이 떠난 뒤 가슴은 허전합니다.
[사례 3]
중년 부인이 친구 모임에서 하소연합니다. “남편이 나 모르게 딴 주머니를 찼어. 통장에 수백만 원이 있더라고요. 신뢰할 수가 없어.” 그 말을 듣던 친구는 언제 자기 말을 해야 할지 그 기회를 엿보다가 상대가 조금만 틈을 보이면 재빠르게 자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말도 마, 우리 남편은 생활비를 주면서 어찌나 잔소리하는지 정말, 자존심이 상해서…”

내 마음 알아주면 행복한 것처럼 상대도 같은 마음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주면 행복합니다. 그 마음은 상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의 마음을 알기 위해서 먼저 내 마음을 살펴보면 상대의 마음이 어떨지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나는 ‘짜증이 날 텐데, 불안할 텐데’ 어쩌면 상대도 이런 마음일지 모르겠다고 짐작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상대에게 집중하고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주의 깊게 살피면 보입니다. 그렇게 추측한 마음을 조심스럽게 물어봅니다. 그렇게 다가서려는 자세가 바로 공감입니다.
앞선 세 가지 사례에서 이렇게 대답했다면 어땠을까요?
[사례 1]
그래, 내가 당신을 보니 안타까워서, 뭐라도 좀 도와주고 싶은데,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 그러는데, 뭐 좀 좋은 방안이 있을까요?
[사례 2]
소식 듣고 깜짝 놀랐는데 너를 보니, 그래도 좀 안심이 되네. 이렇게라도 네게 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사례 3]
갑자기 그런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참 난감하고, 좀 당황스러울 것 같아.
공감은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자신을 드러낼 기회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공감은 기꺼이 함께하겠다는 마음으로 상대의 마음 언저리를 조심스럽게 살피고 추측하는 것입니다.